전체주의가 개인을 얼마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파국으로 몰고가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세아니아의 통치 기구인 '당'은 철저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통치하기 위해 상징적인 인물인 '빅브라더'를 내세우고 온갖 수단을 사용한다. '당'은 텔레스크린이라는 기계를 통해 사람들을 감시하고, '당'이 과거에 했던 말을 번복하더라도 그 과거 기록을 조작해서 '당'은 항상 옳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세뇌시킨다. 또한 윈스턴이나 줄리아 같은 반동분자들은 끊임없는 고문을 통해 이념적으로 재무장하도록 만든다.
'당'은 영국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마르크스가 주창한 사회주의와는 전혀 다른 주의다. 영국 사회주의는 노동자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며 서열이 높은 당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비인륜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고 저지른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 북한의 모습과 놀랍도록 닮았다. 빅브라더처럼 신격화된 김 씨 3대나 당원들끼리만 고급 문화를 향유하는 모습은 마치 조지 오웰이 북한을 보고 쓴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조지 오웰은 작가답게 언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는 듯하다. 영국 사회주의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언어 체계를 개편함으로써 사람들의 사상이 영국 사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 언어를 신어라고 하는데, 생각이 쓸모없이(영국 사회주의의 관점에서) 확장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는다.
자기 방에서도 언제나 감시당하고 사랑도 맘껏 하지 못하는 이 세계는 우리의 관점으로 볼 땐 절망적이고 숨이 막힌다. 하지만 대다수의 오세아니아 사람들은 거기에 이의 하나 제기하지 않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태어날 때부터 자유가 주어진 사람들은 반대로, 자유의 무게를 인지하지 못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가 쉽다. 원하는 것을 먹고 입으며 원하는 발언을 하고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 것에 대해 새삼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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